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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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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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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첩-보이지 않는 것에서 보이는 것으로의 이행
결국 형태란 힘들의 생성이다. - 안 소바냐르그

고요한 전복
무엇보다 처음 본 김미경의 작품은 내겐 고요함과 담백함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그림은 무엇도 얘기하지 않고, 아무런 소음도 없다. 그저 사각형 화면 안의 세계에 또 다른 사각형들이 위치하고 있을 뿐. 이념도 주제도 드러나지 않고 작가의 서명도 보이지 않는다. 비인칭적이고 비담론적인 김미경의 그림은 익명성과 고요함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그녀의 그림 앞에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침묵하게 된다. “지금 당신의 눈 앞에 있는 그림은 실재이지만, 말이나 글로 번역될 수 없다”라고 작가는 얘기하는 듯하다. 프랭크 스텔라는 회화란, “오직 당신이 볼 수 있는 것”, “진정한 오브제”라고 단언하지 않았던가. 김미경의 추상은 모던 회화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오로지 물질과 색으로만 채워진 화면, 그리고 캔버스의 두께만을 대면하는 긴장감과 당혹스러운 경험을 말이다. 하지만, 추상표현주의 회화의 순결함과 기념비적 크기는 연극적인 서사의 추상화(abstraction)를 이루려는 작가주의적 태도로 인해 극적인 미술을 연출하고, 결국 스스로 비극적 결말에 빠져버리고 만다. 그래서 추상표현주의 회화는 영웅적인 낭만주의와 남성적 미술이란 비판을 받기도 한다. 물론, 김미경의 추상에서 5-60년대의 미국회화의 정서를 떠올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작업태도 안에는 연극성과 영웅주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엇도 얘기하지 않는, 반대로 무엇이라도 그 안에 담길 수 있는 미지의 공간이 등장한다. 김미경의 사각형은 일종의 중립적인 공간으로 존재할 뿐이다. 이와 같은 작가적 태도는 롤랑 바르트가 침묵을 비유했던 “흰 글쓰기”(écriture blanche)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바르트는 “새로운 중립적 글쓰기가 (기존의) 평가와 (이에 대한) 울부짖음 사이에 위치하지만, 그 어떤 곳에도 속하지 않는 이 모든 것들의 부재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김미경의 실존적 추상은 부재를 통해 역설적으로 그 존재를 드러내기에 바르트의 흰 글쓰기와 유사하다. 여기에는 어떤 뒤집힘이 있다. 전복은 의외로 조용히 일어난다. 그렇지 않은가?

과정 : 질료의 번역
김미경은 붓 대신 나이프를 사용한다. 캔버스의 화면을 준비하는 첫 단계는 오일 페인트를 섞어서 왁스를 바르는 작업이다. 이 질료가 화면 위에 입혀지면서 매끄러운 반투명한 표면이 만들어진다. 대부분의 경우, 작가는 발색을 위해 나이프 작업을 적게는 서너 번, 많게는 열 번 가량 반복해서 색의 겹을 입힌다. 이 과정에서 색의 선택은 경우에 따라 유동적으로 진행된다. 사실, 그녀가 선택하는 것은 색이라기 보다는 빛의 스펙트럼에 가까운 것 같다. <For a solid hope>를 보면, 나이프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어두움에서 밝음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거쳐 꺼풀로 쌓이면서 마치 빛의 두께가 생성된 것처럼 보인다. 바탕색이 끝나면 사각형을 만들기 위해 마감 테이프로 공간을 형성한 다음, 그 안에 동일한 방법으로 나이프 작업을 반복한다. 이때 바탕과 사각형의 관계는 형상과 배경을 분리하는 수직적인 위계가 아닌 상호교환적인 관계를 이룬다. 자연스레 반복적인 나이프 작업은 복합적인 색의 겹을 화면에 드리운다. 그것은 의도적으로 혼합된 색의 조합과는 달리, 전체적인 뉘앙스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I miss you>에는 크고 작은 여섯 개의 빨간 사각형이 화면 안에 자리 잡고 있고, 그 옆에 떠오르거나 사라지는 듯한 빨강 계열의 두 개의 희미한 사각형이 위치하고 있는데, 여기서 색의 뉘앙스는 다중적이다. <Stands on your own backbone>의 사각형들은 팔레트의 폭이 넓음에도 불구하고, 파랑과 보라 사이의 뉘앙스를 머금은 채로 존재하고 있다. 즉, 김미경의 팔레트는 가변적인 상태로 ‘시간과 시각의 겹’이 스스로 반응하도록 남겨둔다. 작가는 사라지고 실존적 물질인 그림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처럼 복합적이지만 정제된 색감과 질감은 시간과 그만큼의 노동이 축적된 결과이자, 작가의 수행적인 퍼포먼스의 추상적인 기록이기도 하다.

바르기, 겹치기, 배이기와 같은 과정은 단조롭고 반복적이지만, 이 지난한 행위는 일정 기간의 정보이자 물질화 된 정신이다. 작업의 섬세함은 단지 표면의 디테일에 의해서만 보여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사용되는 모든 질료는 결정적으로 색과 질감을 만들어내고, 스스로의 심리상태와 몸의 반응으로 연장된다. 바르기는 벽에 회를 바르는 미장(plastering) 작업이 연상된다. 매일 벽을 바르는 미장이 같은 화가 김미경은 창, 문, 벽, 공(emptiness)과 같은 이미지를 사각형 화면 위에 펼쳐 보인다. 나이프를 사용해 펴 바르며 겹겹이 만들어지는 색-층은 상호적이어서 바닥의 색이 표면으로 떠오르고 배경과 형상(사각형)은 서로를 바라본다.

정 현 (인하대학교 교수, 비평가)







Through the window, oil and wax on panel 35.56 x 35.56 cm, 2008








Through the window I, oil and wax on panel 35.56 x 35.56 cm, 2008








To be connected with tree mind I, 35.5 x 35.5 cm, oil and wax on linen, 2009








I am a tree, oil and wax on panel, 61 x 61 cm, 2009







For a solid hope, oil and wax on panel,61 x 61 cm, 2009







His heart, oil and wax on panel, 61 x 61 cm, 2008









I miss you, oil and wax on panel, 71 x 61 cm, 2008









Time is a mirror, oil and wax on linen 112.4 x 162 cm, 2009











Time is a mirror I 112.4 x 162 cm oil & wax on linen, 2009








His heart again, oil and wax on linen 130 x 162 cm,2009










People, mixed media on canvas, 35.5 x 35.5 cm, 2008








Time is a mirror, 김미경, 2010






Time is a mirror, 김미경, 2010








Time is a mirror, 김미경, 2010









Time is a mirror, 김미경, 2010









Time is a mirror, 김미경,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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