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20대를 보내는 동안 세상을 괴로움이 가득한 곳으로 보게 됐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회의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사춘기를 다시 겪는 느낌이었다. 자아와 세상에 대한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받아들이면서 방황하는 시간을 보냈고, 결국 나만의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었다.
각박한 현실을 벗어나서 무조건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떠올렸고 꿈속에서 그 곳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토록 바랬던 세상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모습이었다. 그 곳은 나무, 꽃 등 일상에서 본 평범한 풍경으로 특별할 것 없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나에게 시각적·심리적 즐거움을 주었고 마치 낙원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을 주었다.
이처럼 나는 일상적인 풍경에서 새로운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고 그 대상들을 조합하여 또 다른 현실, 나만의 이상적인 낙원을 만들었다. 주변에서 보이는 작고 소박한 자연의 모습들이 꿈 같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 경험으로 일상의 풍경은 내가 찾고자 했던 이상세계가 되었다. 나의 그림에서 보여 지는 나무, 꽃, 새, 동물들의 모습은, 눈앞에 보이는 현실과 내면에서 소망하는 비현실(꿈)이 공존하고 있는 풍경이다.
현재에 내가 생각하고 그리고 있는 꿈의 낙원은, 평상시에 오가는 길에서 본 식물, 좋아하는 동물, 풍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길에 서있는 나무들, 꽃들이 어우러진 화단, 길모퉁이에서 자라고 있는 풀포기들에서 아름다운 이상적인 세계와 공간이 보인다.평범해서 특별할 것 없더라도 내가 행복감을 느끼고 새롭게 볼 수 있는 대상이라면 상관없다.
이러한 자연의 다양한 모습들을 조합해 또 다른 현실, 나만의 낙원을 만들어내려 한다. 내가 눈으로 직접 보고 걸어 다니면서 관찰하고 만져본 세상 속에서 보다 가깝고 평범한 곳에서 낙원을 발견했다. 너무 익숙해서 무심하게 지나쳐가는 소박한 것들, 그 안에서 자신이 찾고자 했던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앞으로도 자신이 보고 싶은 세상은 항상 자신이 있는 그 곳에 있다는 것을 믿으면서 나만의 세상 ‘현실 낙원’을 그려내고 싶다.
그들의 낙원, 100⨯210cm, 장지에 채색, 2015
영원한 지금, 194⨯581.2cm, 장지에 채색, 2015
그곳을 보다, 181.8⨯227cm, 장지에 채색, 2015
바람 따라, 162 x 130cm, 장지에 채색, 2016
산들바람, 72.7 x 60.6cm, 장지에 채색, 2017
순간들, 장지에 채색, 22 x 16cm(each),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