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친근함

쫑긋 세운 두 귀와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커다랗고 맑은 눈망울. 총명한 눈매를 따라 윤기가 흐르는 아름다운 털이 잘 발달된 가슴과 다리 근육을 부드럽게 감싸고, 화려한 장식으로 뒤덮인 벽채와 값비싼 가구를 배경으로 늠름하게 앉아 있는 자세에는 위용이 넘친다. 지금껏 본 적이 없는 견공들의 화려한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운 사진. 하지만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애견의 외양적 특징과 조금씩 다른 견공들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의문들이 하나 둘 싹튼다. 일관된 색조로 털이 부드럽게 돋아나 있어야 할 곳에 얼룩덜룩 이질적인 무늬가 갑자기 등장하거나, 초롱초롱한 두 눈동자의 색이 서로 다르거나 얼굴과의 크기비례가 어색하고, 화려한 옷가지에서나 볼 수 있는 독특한 문양과 색상이 얼굴과 귀를 뒤덮고 있는 모습. 주승재가 만들어낸 가상의 견공이미지 앞에서 우리는 친근하면서도 불편한, 낯익음 속에 낯설음이 공존하는 모호한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주승재의 작업은 일상의 주변에서 발견한 친근한 소재를 대상화시켜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의 실체와 그것의 판단기준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것에서 출발한다. 최근에 그는 미국 유학시절 접하게 된 서구식 애견문화 이면에 다양한 가치들이 혼재된 상황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이 작업은 반려견을 향한 사람들의 무한한 애정 뒤에 자리한 인간의 완벽한 통제의식-우생학적 방법에 따른 견종개발과 종의 선택 문제-과 인간의 맹목적인 가치추구 속에 선택되지 못한 채 열등한 종들의 집합이 되어버린 유기견들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현대 사회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가치기준의 생성과정과 그것의 불안정성을 드러낸 작업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뉴욕에 위치한 유기견 보호소를 지속적으로 방문하여 촬영한 수십, 수백 마리의 견공들의 모습을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정교하게 재조합하여 일련의 새로운 견종들을 만들어 낸다.
일반적으로 유기견들은 혈통, 외양, 양육 등의 여러 측면에서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무관심의 대상이 되거나 사회 속에 버려지면서 그것의 존재 가치도 서서히 망각된다. 사회 안에서 매 선택의 동인이 되는 가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고 바람직함’을 뜻하는 가치의 사전적 의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인간들의 가치판단의 기준에서 좋지 않고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평가된 유기견들은 작가에 의해 이미지의 형태로 다시 해체, 조합되는 과정을 거쳐 하나의 완벽한 조화물로 재탄생한다. 하나의 작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보통 열다섯 마리 내외의 유기견 이미지가 사용되는데, 이 때 작가가 바라보는 조형적 미의 기준은 하나의 새로운 견공을 탄생시키는 동력이 된다.
이렇게 작가에 의해 선택되어 알맞은 위치에 적절히 배합된 유기견 이미지는 그 자체로 사회 속에 평가절하되고 의미를 잃어버린 가치들이 어지럽게 혼재되어 있는 이미지의 집합체인 동시에 정교한 기술과 작가의 통제에 의해 제시된 하나의 완벽한 이미지가 된다. 이것은 좋고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가치 기준의 정반대편에서 출발하면서 하나의 인간으로 대변되는 작가의 통제에 의해 다시 하나의 완벽하고 조화로운 형태미를 갖춰나간다. 이러한 모순적 상황은 이미지의 실체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당혹감의 원천을 제공한다. 여기에 보호소에서 생활하는 3주간의 시간 동안 주인이나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되는 유기견의 운명, 작품의 모델이 된 유기견들 대부분이 이러한 과정을 거쳤기에 이제는 만나볼 수 없다는 상황적 요인은 좋고 나쁨이라는 가치판단의 기준에 선택과 포기, 삶과 죽음과 같은 양립된 가치들을 부가하면서 작품을 대하는 관객에게 복합적인 심정을 유발하기도 한다. 작품을 보면서 친근하면서도 불편하고, 낯익은듯하면서도 낯선 심리적 당혹감을 받게되는 이유는 아마도 이미지를 통해 연상되는 여러 가치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충돌하고 연합하기를 반복하는 데에서 기인한 결과로 보인다.
한편 인간의 상상과 욕망이 빚어낸 다양한 가치들은 견공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들 뒤편에 자리한 배경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작가에 의해 새로운 존재가치를 부여받은 가상의 견공들은 자세뿐만 아니라 화려한 배경묘사를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좋은 환경에서 훈육된 듯한 인상을 준다. 특히 캔버스에 프린트된 후 표면의 마티에르가 느껴지는 질료로 덧칠된 작업들은 과거 시대의 초상화 전통에서 의뢰인의 주문에 따라 견공을 화폭에 등장시킨 대가들의 작품을 상기시키면서 그림 속 견공의 지위를 다시금 생각해보게끔 만든다.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유전자 진화의 문제에 기반을 둔 우생학적인 방법은 견종의 순수한 혈통을 지켜나갈 수 있었던 반면, 그에 반하는 견종들에 대한 가치폄하현상을 야기시켰다. 이것이 주승재의 작업에서는 가치평가의 기준에서 낙오되어 열성인자로 치부된 요소들이 정교한 기술력과 회화적 전통에 의해 가상의 견공이미지로 재조합되면서, 종의 희소적 가치와 지위를 부여받은 셈이다. 여기서 이질적인 가치가 서로 부딪히고 중첩되어 혼재된 상황이 고도의 기술에 의해 실재 같은 가상의 이미지 안에서 정교하게 은폐되는 과정은 현대사회의 여러 국면들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다양한 가치들이 사회 공동체 안에서 모순, 대립하는 혼돈의 상황 속에서 사회의 암묵적인 합의와 고도로 발달된 기술력은 이를 균형있고 조화롭게 보이도록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작가는 연작을 진행하면서 유기견의 이미지를 더욱 정제되고 절제된 방식으로 이미지를 제작하고 있다. 이를 테면 유기견을 촬영한 이미지를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유지하되, 최종적으로 완성된 견종의 이미지가 순수혈통을 지닌 견공의 전체 이미지보다 월등히 우월해 보이도록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이는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기 힘든 정교한 이미지 뒤에서 사회의 망각된 가치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방식을 보다 구체적으로 탐구한 결과로 보인다. 이처럼 주승재는 일상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을 소재로, 사회를 통제하는 가치들이 어떻게 생성되고 소멸되며 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견고하고 안정된 시스템아래 안정되게 유지되고 있는 듯 보이는 사회 속에서 지금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들은 과연 무엇일까. 조화롭고 견고한 사회 이면에 존재하는 불협화음, 친근함의 뒷면에 자리한 낯설음과 불편함의 근원에 대해 천천히 자문해본다.

황정인(큐레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