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사촌언니가 빌려온 소용돌이 만화책을 보고 온 몸에 소름이 끼쳤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소용돌이에는 나를 그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강한 힘이 있다. 소용돌이를 보고 있으면 그 너머에 또 다른 세상이 있을 것 같고, 나는 그 다른 세상을 상상하며 많은 영감을 받는다. 소용돌이는 순환과 정지, 확대와 축소, 연결과 단절 등 모순된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 나에게 충분히 흥미로운 소재이다. 여렸을 때부터 무의식 중에서도 계속 소용돌이를 생각해 왔기에 나만의 소용돌이를 만들게 되었고, 소용돌이가 가진 이미지를 나만의 스타일로 표현했다.

머리, 몸, 날개, 다리, 발, 모래주머니, 털 그리고 알... 사람들은 크기도 작은 닭을 무자비하다 싶을 정도로 남김없이 여기저기에 다 써먹는다. 우리가 먹는 부분만 봐도 소나 돼지와 크게 다를 바가 없고 오히려 더 만만하게, 쉽게 먹는 고기가 닭고기 인데, 소나 돼지에 비해 닮은 너무 천대받고 있다. 소는 속담도 있고, 정부에서는 돼지를 먹자고 독려하는데 닭은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는다. 닭의 희생이 너무 당연시 되는 이 사회가 불만이었다. 이번작품들을 통해 여태 희생된 닭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고, 사람들이 한번 더 그들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김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