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 GAZE INTO A PAINTING
‘보는’ 것과 ‘그리는’ 것 사이에서 일어나는 충돌과 괴리는 회화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한다. 이는 환영을 통해 실재(혹은 그 허상)를 파악하고 재구축하고자 하는 의지의 반영이기도 하다. 강우석의 회화 작업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대상을 ‘빛’이라는 매개를 통해 인식한다. 대상의 표면에서 튕겨진 빛이 머금은 정보, 즉 색을 통해 우리는 대상의 색깔과 구조, 질감 등을 시각적으로 파악한다. 따라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색은 대상이 받아들이지 못한 빛의 정보이며, 이를 ‘네거티브 이미지’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네거티브 이미지라 할 때 우리는 현상한 필름의 반전된 색상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러한 네거티브 이미지는 대상이 튕겨내지 않은, 온전히 받아들인 빛을 반영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시각을 달리해보면, 눈이 보지 못하는 반전된 색상을 ‘포지티브 이미지’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대상이 받아들이지 못한 (그래서 시각을 통해 인지되는) 색을 제거한 반전 이미지는, 물리적 평면이기 이전에 작가에게 주어지는 가상의 공간인 캔버스 위에 그려짐으로써 ‘현실의 허상’을 벗긴 ‘환영의 실재’로 관객에게 제시된다. 이는 주체로서의 관객이 자신의 인식틀 속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것만이 사실적인 재현은 아니라는 작가의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완성된 반전 이미지는, 일반적인 시지각에 대한 비판적 성찰 과정으로서의 재현이면서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독립성을 가진 시각적 대상이 된다. 그가 반전한 색을 재현하기 위해 선택한 안료의 색상 또한 감상자에게는 그 표면이 튕겨내는 빛의 정보를 통해 인식되기 때문이다. 강우석의 작업은 회화에 있어 오랫동안 이어져 온 대상과 재현, 실재와 허상의 문제를 순환구조 속에서 중첩시키고 있다.

이러한 구조를 드러내기 위해 강우석은 반전된 이미지가 그 바깥으로 확장되어 독립적인 시각의 대상이 되는 순간을 그려낸다. 그려낸 ‘작품’이 감상하는 전시공간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일련의 연작은, 작품이 전시된 공간이자 작품 내부의 공간적 배경이기도 한 화이트 큐브(white cube)의 간결하면서도 실재적인 공간을 색반전을 통해 오히려 평면적으로 압축한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이미 평면화 된 작품 속 그림 이미지를 입체적 구조로 되돌림으로써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러한 액자 구조(mise en abyme) 속에서 작가는 회화를 통해 제기되는 재현의 문제, 평면 위에 제시되는 3차원적 환영이 아닌 실재와 인식 사이의 괴리와 충돌을 관객에게 여과 없이 드러낸다. ‘본다’라는 인식의 수단이 가진 취약점과 모순을 ‘보여줌’으로써 역설적으로 시지각에 대한 매력적인 하나의 접근방식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림 속 그림을 바라보는 관객을 그린 그림’을 바라보는 관객은, 자신이 보는 주체만이 아닌 보여지는 대상임을 또한 자각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것과 동일하게 그림 속에서 반복되는 행위는 반전과 재반전을 통해 현실적인 감각을 상실함과 동시에 허구를 현실의 영역으로 확장시킨다. 이는 강우석이 작품을 통해 제시하는 ‘다른 식으로 보기’가 체화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이 그러했듯, 관객들 역시 자신만의 새로운 ‘보는 방식’을 발견해 내는 적극적인 작품과의 반응을 이루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본다’와 ‘그린다’는 행위는 상호모순적이면서도 상호보완적인 ‘공생’을 이어간다. 이러한 공생이야말로 우리가 그림을 사랑하는 이유 아니겠는가.

김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