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들리는


귀를 틀어막고 눈을 감싸고 시간이 멈춘 듯 제자리에 서있다. 이 한 자리마저도 불어난 몸집 때문에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들이 구획한 경계에서 벗어나면 가차 없이 사지가 나가떨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웅크리거나 서서히 자라야 한다. 도시 속 우리는 그들의 손을 통해 안정적인 듯 살아가고 있지만 동시에 위태롭고 힘들게 하루하루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를 통해 회색빛 도시에 초록의 상징과 희생만을 강요한다. 이제 우리는 그늘진 어두운 도시를 떠나 빛의 무지개를 찾아 나서려 한다.
몸을 띄어 내려 보니 공기가 내 발 밑이다. 가벼운 마음이 다른 이를 생각하게하고 같은 숨을 함께한다. 이에 한 숨, 한 숨, 내뱉는 소리 없는 웅성임이 하나가 되고 또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큰 숨을 내쉰다. 다시금 몸을 띄어 내려 보니 나는 공기처럼 가볍다. 하늘을 가득 메운 우리는 현재를 지워내고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 간다. 빛마저 잃어버린 땅에 공허한 현실을 감추듯 내려 앉아 또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모든 생명은 서로를 이해하듯 하나의 메시지를 통해 하나 됨을 알린다. 인간이 현실 삶 속에서 유토피아를 찾듯 우리 또한 통제된 현실에서 벗어나 이상을 찾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노스텔지어를 상상하며 어딘가에 있을 이상향으로 향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풍경은 비로써 지워지고 최소한의 색으로 남아 버린다. 모든 것이 흘러내리고 지워지며 결국 남겨진 것들은 파스텔 톤의 먼지가 되어 흩어져 버린다.
무지개 끝 어딘가에는 빛으로 가득한 눈부신 작은 태양이 있을 것이다. 반면에 빛 잃은 무지개 끝엔 시기와 질투로 가득한 갈 곳 잃은 생명들이 함께할 것이다. 이젠 소리 없이 들리는 작은 감정들과 먼지가 된 빛 잃은 생명들이 빛을 찾아 끝을 찾아 스스로 떠나야만 한다.


조태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