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떤 풍 경

이민호 Portable Landscape
윤상윤 Id, Ego, Super-ego



우리는 창작이 삶에서 길어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예술이란 극히 개인적인 삶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예술적 창작이란 단순히 이미지를 생산하는 행위가 아니라 이미지를 통해 어떤 성찰을 감행하려는 의지의 순간이자 본질적인 고민의 시간이니 말이다.

이민호는 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간결한 문체의 서사를 구사하는 사진 작업을 보여준다. 그의 내러티브는 극적인 반전이 담긴 스펙터클한 거대서사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미세한 차이의 연쇄들이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인『휴대용 풍경』연작에서 현대도시를 자신의 직관으로 재배치하고 그 속에서 유영하려는 그의 시선은 도시의 공장굴뚝을 포착해서 산업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며, 어디선가 목격한 것 같은 잔잔한 풍경 속에서 세상의 이치를 발견해 낸다거나, 도드라져 보이는 사물보다는 그 아래 축축한 바닥 같이 후미지고 너저분한 곳에 머물곤 한다. 이렇듯 이민호는 전체를 보여주지 않고 부분만을 보여줌으로써 전체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그는 비대한 도시공간을 통해서 왜소한 인간의 모습을 반증하고자 했다. 작업실 창 밖으로 보이는 연기 뿜는 공장굴뚝은 역설적인 의미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민호는 작가노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진의 앵글로 나는 또 다른 세계를 본다. 이 세계는 내가 보여주고 싶다고 선택한 곳이며, 그 속에 하나의 도시가 있고 한 지점이 있다, 그 세계는 나와 같은 보통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들은 차갑고 건조한 금속과 유리와 시멘트로 구조된 초현대식 건물들 속에서 살고 있다. 그곳은 현대식 삶의 안락함을 누리고 있지만 이웃들과의 자연스런 접촉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첨단 기술의 도움으로 세계는 많이 가까워졌지만 따뜻한 체온을 나눌 수 있는 소통문화의 세계에서는 멀어져있다. 왜냐하면 이곳의 초현대식 건물에서 느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철옹성의 벽이 누구도 감히 넘을 생각을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계는 나에게 가깝기도 하지만 또 낯설고 먼 곳으로 다가온다."

지하철 안에서 만난 사람, 도시공간의 생소한 풍경들을 통해서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을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에 둘러싸인 곳 현대인과 현대도시를 담아온 이민호는 이번 전시의 출품작인 『휴대용 풍경』연작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직조하는 다양한 시공간을 사진이미지 속에 재배치한다. 그의 작업은 세 단계를 거친다. 우선 도시의 풍경을 비롯해서 자연과 인물의 이미지들을 찍어서 인화한다. 이어서 그는 휴대용 가방의 덮개 부분에 사진 프린트를 넣고 아래쪽에는 잔디를 설치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그는 이 가방을 도시공간이나 실내공간 곳곳에 옮겨놓고 사진을 찍는다. 그것은 사진과 설치를 혼합한 것이며, 사진을 사진 속에 담아내는 이중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를 배치하는 액자소설처럼 사진 속에 사진을 배치하는 이민호의 의도는 시공을 초월하는 도시공간이나 현대사회의 직조방식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는 데 있다. 연작 가운데 상당수가 파리의 작업실 창 밖의 공장 굴뚝 풍경을 담고 있다. 이들 파리의 풍경은 다시 도시의 콘크리트 구조물이나 실내 공간, 버려진 땅 등의 낯선 공간과 조우한다. 그것도 파릇파릇하게 자라 오른 잔디와 함께 가방에 담긴 채 말이다. 이렇듯 한 컷의 사진 이미지 안에 이질적인 요소들을 함께 담아내는 것은 자신의 체험이 관통하고 있는 동시대의 모습을 보다 조밀한 언어로 드러내기 위한 전략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동일율을 반복하고 있는 삶의 체험 같은 것을 이동이나 여행을 상징하는 가방 속에 담고 이것을 다시 액자소설의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윤상윤의 작업은 "개인과 군중", "개인과 도시", "자아와 군중", "개체와 주변풍경", "군중과 주변사회" 등이 등장한다. 등장하는 대부분의 "개인"은 작가자신이거나 주변지인 혹은 동물 하나를 지목하여 중심에 위치하고 그에 대립 혹은 하나의 조화를 이루는 초현실적 주변풍경이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회상의 한 장면인 듯 기묘하다. 이처럼 작가는 자기정체성의 영역과 자기 에고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다양한 이미지들을 통해 보여준다. 명확히 구분 지을 수 없는 영역에 대한 해석과 경계는 현대인이 지극히 공감하는 현재이며 과거이다. 작가들은 다양한 사회에 적응해가면서,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고민,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문제의식을 드러내곤 한다. 윤상윤은 "…(중략)…그룹이 공유하는 정체성은 곧 권력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룹이 형성한 패러다임을 위협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곧 정체성에 대한 거부, 권력에의 대항이기 때문에 개인의 개성은 점점 다듬어져가고 평범해진 정체성만 남는 상황이 현대사회구조의 한 단면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일반화된 개념과 정체성으로 인해 익명화된 개인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현대사회의 단점을 말하기보단 익명화된 주변인물과 함께 자신도 안정적인 사회적 노선에 위치하고픈 마음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인다. 윤상윤은 새로운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겪어야 하는 고독의 상황을 화면구성의 직접적인 요소로 연출한다. 주로 캔버스의 중앙에 위치하는 인물은 수많은 자전거 속에서 홀로 서있거나, 책상 위에서 사색하는 등의 모습으로 표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