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진 시각들 - 관찰자


우리는 불안정함, 모호한 공간에 기꺼이 들어가, 그들이 가지는 뉘앙스를 관조한다. 철저히 물질의 영역 안에서 바르고 연결시키는 등의 행위들을 통해 놀이한다. 결과물들은 추상에서 구상으로 혹은 구상에서 추상으로 끊임없이 맴돌고, 순간적으로 마주한다. 동시에 시선은 물질과 마찰되며 서로의 형태를 변형시키고, 실제 물질의 무게와 시선의 무게를 교란시킨다. 이러한 운동으로 인해 모호함은 비로소 만질 수 있는 것이 된다.

  권현빈
내가 서 있을 때 생기는 두 가지 불가사의가 있다. 하나는 몸 내부의 풍경 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바깥세상의 풍경이다. 몸 안은 어두워 보이지 않고, 바깥 풍경은 너무나 뚜렷하고 빽빽하여 눈부시다. 매번, 우리의 명도는 고정되지 못하고 항상 밝아지고 있거나 어두워지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어둠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아주 가끔 어둠과 함께 나타나곤 하는 감각이나 감정을 통해 유추해 볼 뿐이다. 이 떠있는 몸을 땅 위에 세워주는 것은 여기 눈앞에 있는 풀 그리고 저기 에 있는 산이다.

  유민혜
자신이 어떤 생각의 틀을 가지고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스스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 지닌 한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전체를 보기보단 일부만을 가지고 이해하거나 강한 경험에 함몰되어 자기만의 틀 안에서 살아간다. 이런 분위기는 산업사회 이후 기계 문명화가 초래한 결과라는 생각을 한다. 나의 작업은 이러한 현실 속 사람들의 생각과 그들의 자각에 대해 질문한다. 오늘 날 우리 주변의 평범한 기계와는 달리 람부탄이 성게이도록 돕는 장치는 유기적인 흐름 안에서 실제론 터무니없는 작용을 한다. 어떠한 효율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이 말도 안 되는 기계는 나의 상상을 기반으로 만들어 졌다. 상상 속 기계는 몇 단계의 과정을 거치며 기능된다. 람부탄 열매가 성게로 변성하는 데에 필요한 주변요인, 환경들을 구성해 람부탄 열매가 성게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다.

  허정윤
나는 무의식 속 순수조형적인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순수조형물이란 긴장감이 절대적으로 아름다울 수 있는 접점(충돌과 상응의 접점)을 찾는 동시에 외부환경으로부터 오는 자극을 절대적으로 차단할 때 발현되는 순수혈통 피조물이다. 감정의 실험적 놀이를 통해 나를 그대로 투영시켜 세상에 존재할 수 있도록 재료와 깊게 소통하고 호흡한다. 재료들이 어떻게 구성, 연결, 그리고 전개되는지 각각 다른 특성을 이용하여 서로 마주보게 배치하기도 하며, 자유롭게 움직이며 구성함으로써 긴장감을 만들어간다. 곡선과 직선, 부드러움과 딱딱함은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양가적인 감정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찰흙, 직물, 고무 끈, 철사, 석고 등 재료가 갖고 있는 색채, 질감 그리고 형태를 사용하여 유연하게 전개하려 한다. 나의 다양한 터치들이 가지각색의 산물로 드러나는 것이 마치 회화의 필력이 입체화된 형상 같아 흥미롭다. 지문의 흔적, 감상의 반응, 물리적 접촉 등이 나와 재료를 동일화 시킨다. 재료를 대할 때 그것을 엮고 붙이고 얹히는 등의 불가능한 행위는 없다. 물과 기름을 섞거나, 기성품이나 자연물에 찰흙과 물감을 붓고 바르거나, 단단함과 부드러움과 같은 상반되는 느낌을 조응시키거나 혹은 재료의 물성을 새롭게 해석한다. 이질적인 재료와 결합시켜 작업화하는 거침없는 선택과 행동이 지금의 나의 작업으로 발전되었다. 나도 깨닫지 못하는 내면의 정서적 의식과 더불어 재료를 접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수용되는 육체와 정신이 결국 오브제를 통하여 하나의 심상(마음의 이미지)으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