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잡생각을 붙이다

황신원 (project space 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껍질을 벗고 태어난 우리는 사실 껍질을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덧붙여진 껍질은 이목을 끈다. 껍질을 통해 그것이 품고 있는 근원적 형태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박소영의 껍질은 역설적이다. 채울수록 비워지고 감출수록 드러나는 조각의 또 다른 모습을 계속 찾고 있다.
일상의 관찰을 통해, 익숙한 대상이 숨기고 있는 본질을 파악하는 일이 작업의 첫 단계이다. 버려진 사물을 수집하여 그것이 지닌 조형적 형태를 주시하고, 내부를 변장시킬 적합한 외피를 찾는다. 고유의 기능과 관념을 제거한 채, 대상의 형태에만 집중된 관심은 좀 다른 생각을 낳는다. 이는 일상에 천착함으로써 일상 너머의 세계를 바라보는 발견이다. 껍질을 붙여 나가고 매끄럽게 표피를 다듬는 반복의 행위는 유기적 형태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동시에 작가 자신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어느덧 빼곡하게 뒤덮인 껍질을 입고 원초적 형태들이 다른 세상으로 밀려 나온다.
껍질과 덩어리 작업들이 익숙한 것을 이질적이고 낯선 형태로 탈바꿈시켰다면, 수석 시리즈는 직관을 통해 상상을 이끌어 내는 작업이다. 다른 오브제를 담았던 수석 받침이 재현의 틀에서 상상의 틀로 변모된다. 수많은 이미지로 비어 있는 공간을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하며, 드러난 형태는 수석의 대체물로 자연과 산수를 연상시키며 묘한 흥취를 불러일으킨다. 레디메이드 오브제가 맥락의 이동을 통해 예술적 가치를 발생시킨 것에 대한 역 발상이다.
일상 속에서 직접적으로 맞닥뜨린 사물, 그것으로 인해 발생된 생각, 느낌을 붙잡아 구체적이고 집요한 방식으로 작가는 그 원하는 형상을 만들어 낸다. 조각이 ‘어떻게’ 예술적 감응을 전달하는 매체가 될 수 있을까. 사물을 통해 사람들이 세상을 조금 다르게 혹은 전혀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면 이것도 예술이 아닐까. 자신에게 던지는 이 질문의 답변은 예술가로서의 삶의 의미를 깨닫고 지난한 작업의 노동을 견뎌내는 근원적 힘이다. 또한, 소소하게 접근하지만 큰 차이를 만드는 생각의 출발점이자 삶에 내재해 있는 진실에 다가가는 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박소영의 작업은 조각에 대한 관념의 껍질을 벗기고 대상의 이면과 삶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