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이 붓이 되고 색색의 실들이 물감이 되어 그림을 그리듯 스티치 작업으로 이야기를 풀어 보이는 송유림작가. 그녀는 주로 반투명 실크 천 위에 텍스트를 스티치한 후 액자를 하지 않은 상태로 전시 공간에 설치 한다. 이때 그대로 노출된 바늘땀과 자수는 ‘과거의 아날로그적 경험’에 대한 소중한 향수를 관람자로 하여금 보다 직접적이고 친숙하게 느끼게 한다.

“나의 작업은 나의 고유한 이야기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것은 마치 숨겨놓은 비밀이나, 일기장 같이 그 누구에게도 얘기하고 싶지 않았고 이야기 되어지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기록 같은 것이다. 어찌 보면 이때까지의 나의 작업들은 수줍은 내면의 고백, 혹은 닫혀져 있던 이야기의 폭로 같은 것들이었으며, 그러기에 언제나 작업에 있어서만은 솔직하고자 했다.”

송유림은 작품을 통해 개인적인 얘기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은 실이라는 매체로 하여금 보는 관람자들이 각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법한 어머니의 모습을 또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게 한다. ‘자수’를 통해 세대를 걸쳐 이어 내려온 삶의 숨결과 마치 수공예를 연상시키는 작가의 성실하고 꼼꼼한 수작업은 시간의 숨결을 느끼게 함으로써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휴식이 되는 것이 아닐까? 텍스트의 이미지로 나타나는 바늘땀은 작가가 찾으려는 것이 은유적으로 표현된 것이며 이를 통해 작가는 삶 안에서의 소통을 보여주려 한다.

세잔은 자신의 미학적 목표가 “감각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재현을 통한 외면적인 유사성이 아니라, 순수한 감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송유림작가는 단순하고 평범한 작업으로 순수한 감각을 보여주며 어떻게 보면 이것이 가장 보편적인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이번 전시 <the slender song – 그 가녀린 노래>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명확하고 크지 않지만 가녀리게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 입안에서 맴도는 노래 가락은 우리가 놓치고 잃어버린 오래된 우리의 모습과 아름다운 기억들, 그리고 그 기억들을 하나하나 이어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