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외로움 사이에서의 부유

작가 최선주의 작품들을 접하며 동시대미술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다. 그녀가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내적인 고독과 외로움은 사람이 태어나 세상을 살아가자면 원치 않는 상황에서도 가장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감정일진대 작가 자신이 맞닥뜨려야 하는 고독이랄지 생각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네 삶에서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의 고독이란 얼마나 할 이야기도 많고 그 갈래도 무수히 많은지 그녀의 작품제작 과정을 들으며 떠올렸던 나의 단상이다. 그 감정에 대한 것을 작품으로 녹여내고자 하는 작가 최선주의 화폭에는 옛날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소품(오르골, 구두, 향수병, 나무, 의자, 꽃, 거울, 창문, 새장, TV등)들이 오브제처럼 등장하고 그러한 효과를 질감으로 구체화하기 위하여 캔버스위에 금강석 가루를 먼저 입히는 것으로 작업은 시작된다. 그 위에 이미지들을 사진으로 출력하고 덧붙이면서 그래픽작업을 거쳐 마지막 작가의 손으로 이루어내는 섬세한 터치까지 제법 많은 두께들을 얹어내는 그녀의 작품을 보자면 우리가 물성이나 재료의 관점에서 읽고자 하는 실험적인 태도를 논하기보다 오히려 그녀가 가지고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생각이나 고민이 더욱 궁금해지는 듯하다.

또한 단순히 1차적으로 감지될 수 있는 회화에서 논의되어질 법한 색채, 오브제, 그 다양한 오브제들을 감싸는 뒷배경 등은 어쩌면 그녀가 이야기하고 천착하는 ‘고독’ 에 대한 수많은 단상과 그 갈래들 인지도 모른다. 가령 그녀의 작품 중 대화시리즈가 더욱 그러한 색깔이 짙어 보이는 건 아름다운 정원을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꽃들 앞으로 오르골을 연상시키는 인형이 서로 마주보고 서있고, 그들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만 투명한 병이 인형들에 씌워져 있다. 왼편 인형은 발 아래쪽이 열린 형태로 씌워져 있으며 오른편 인형은 머리 위쪽이 열려 있는 투명한 유리병이 씌워져 있다. 이런 모습이 마치 움직일 수 없는 그들이 대화를 시도하며 마주보는 구도이지만 소통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상태인 것이다. 아무리 두드려도 느끼지도 열리지도 않는 답답하고도 서글픈 소통 부재의 현실을 화면에 화려하기 그지없지만 처연하고 서글픔이 묻어나는 삶의 순간들로 표현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녀의 가장 최근작 중 <꽃밭>, <대화>, <겨울 이야기>는 이러한 맥락들을 동일하게 담고 있는 시리즈라 여겨지는 반면, <외출>은 거울과 구두, 향수병이 화면에 눈의 띄는 구조로 여성이라면 누구나 꿈꾸어 보는, 일상에서의 일탈, 어쩌면 현실을 벗어나고픈 욕구와는 달리 늘 제자리로 복귀할 수밖에 없는 삶의 ‘외로움’ 이 느껴진다. 거울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슴 두 마리 또한 그녀가 진실로 소망하는 그런 모습의 투영이 아닐까. 혹은 이미 결정되어 버려 변화가 힘들게만 느껴지는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이외에도 <생각> 시리즈는 위에서 언급했던 그녀의 작업과정-질감의 두께-를 가장 고스란히 날것의 상태로 드러내 주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화면의 중앙에 위치해 작품을 감상하게 될 이들을 응시하는 한 마리의 사슴은 마치 겨울의 풍경이 느껴지는 화면 가득 채워진 흰 배경 속에 오롯이 들어가 있어 그를 바라보는 이와 서로 어떠한 소통을 원하고 있는지 의아함을 자아낸다. 마치 <대화> 시리즈가 한 화면 안에 두 개의 인형이 소통의 부재를 겪고 있는 장면을 응시하게 만들었다면 <생각>시리즈는 외려 ‘소통의 가능성이 조금은 더 열린 상태’를 말하는 것만 같다. 작가 최선주의 이전 작업들, <겨울 이야기>, <거울 속 집>, <Deer hunting-Reflection> 시리즈를 관통하였던 주제와 의미도 인간의 원초적인 외로움, 고독일진대 다시 4번째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는 작가 최선주의 작업에서는 이러한 작가자신의 세계에 더욱 깊이 집중하고 성찰하는 시간, 그리고 그러한 주제들을 더욱 극대화 시켜줄 수 있는 화면의 구도, 색감, 매체의 혼합 등이 기법 면에서 한층 다듬어진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삶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기독교적 가치관과 세계관 그에 충실 하고픈 작가의 소망과 열망이 작품 안의 깊이와 의미를 더하며 감상하는 이들에게 다양한 상상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어린 시절 낡은, 그러나 아련한 추억들을 꺼내고 싶은 순수함이 남아 있던 상태로 돌아가고픈 혹은 돌아가 볼 수 있는 마음의 공간도 생각하게 하는, 작가가 건네는 ‘대화’ 에 다시금 눈과 마음을 열고 싶어진다.


경기창작센터 학예연구사
김 현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