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는 시간

영문학을 전공한 후 뉴욕에서 미술공부를 시작, 뉴욕시장에서 서울로 무대를 옮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미경 작가의 전시가 종로구 화동에 위치한 갤러리 비원에서 열린다. 지극히 사사로운 일상에서 느껴지는 마음의 풍경을 ‘정지된 시간’안에 담아내는 김미경의 작업은 사물과자연이 빚어낸 현상들을 심미안을 통해 영혼의 색채로 전이시킨다. 또한 김미경의 작품에서는 색채와 질감이 무엇보다 눈­에 띤다. 대부분의 작업이 나이프를 사용해 물감을 얇게 펴 바르는 과정을 수 차례 반복한 이 지난한 ‘시간의 겹’이 만들어주는 발색의 느낌은 깊으면서도 무겁지 않다. 작가는 이런 색감과 표면의 질감을 찾기 위해 미디엄을 사용한다. 미디엄을 사용한 밑 작업은 전체적인 질감을 지탱해주면서 반투명한 질감으로 스스로 빛을 만드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대부분 단순한 사각형이나 직선으로 만들어진 기하학적 형태가 화면 안에 배치되어 고요함과 리듬을 만들어내어 보는 사람을 침묵하게 한다. 그녀는 이즘, 메시지, 서사와 같은 모든 생각을 거부하고자 한다. 명상적인 고요의 힘과 강하지만 튀지 않는 겹으로 쌓여 배어 나오는 색은 낯설지만 어색하지 않고, 볼수록 멋스럽다. 반복적인 작업과정과 단순한 형태 때문에 수도자적이라거나 텅 빈 의미를 관조하게 만들기 때문에 명상적이라는 평가를 자주 받는 김미경의 회화는 그려졌다기 보다 우리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각의 주름을 정교하게 펼친 것처럼 보는 사람의 눈과 마음까지 정화해준다. 문학을 전공해서인지 시적인 작품 제목을 체크하는 것도 좋은 감상 방법일 듯 싶다.

이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