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tical Jump II
飛 . 行 II

박능생의 회화는 주로 먹을 이용하며, 표현방법 또한 전통적인 수묵화의 기법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풍경과 그 도시를 둘러싼 자연풍경을 다소 고집스러워 보일 정도로 사실적이고 세심하게, 수묵화의 전통기법과 현대적 표현방법을 혼용하여 묘사해 왔다. 박능생의 작품들에서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풍경을 보여주는데 특징을 보자면, 다점투시법을 통해 마치 파노라마 사진을 펼쳐 보는 듯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박능생은 이번 ‘飛 . 行 II’ 에서 ‘먹’, ‘홍묵’ 그리고 ‘아크릴’을 같이 사용하여 동ㆍ서양화의 구분을 없애고 있다. 홍묵의 강렬한 바탕에 전통을 이어가는 먹의 인왕산 그리고 하늘에서 번지점프를 하는 것 같은 아크릴로 표현된 인물… 이제는 굳이 한국화라는 범위로 그의 작품을 묶기는 어렵지 않을까?

예술분석에 있어서 토마스주의자들의 접근방식에 따르면, 예술은 기본적으로 클라리타스 (claritas), 즉 명쾌함 혹은 맑음에 도달함으로써 얻어진다고 한다. 이 클라리타스에 이르기 위해서는 콘조난티아 (consonantia, 공명)과 하모니 (harmony, 조화)에 도달해야 하며, 이것이 이루어졌을 때 퀴디타스 (quidditas, 사물의 본성)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공명적 조화를 거쳐 맑음에 이르고 사물의 본성을 자각하여 ‘진면목’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박능생의 작품에서 먹으로 세심하게 표현된 자연풍경과 그림의 주 소재인, 조금은 자연 풍경과는 생뚱맞아 보이는 번지점프의 모습 그리고 텅 비어있는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공명적인 조화를 보여 보는 이로 하여금 명쾌함을 느끼게 한다. 현대를 사는 예술가들은 자기 자신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 세계와의 관계를 끊임없이 재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하다. 박능생은 이 숙제를 공명적 조화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한편, 박능생은 아주 사실적인 풍경화를 고집하고 있다. 서울은 물론 한국의 모든 산을 오르며 스케치를 해 온 그의 작품은 사진으로 촬영한 듯 세밀하다. 그렇다고 ‘서울 풍경’작품이 기록화와 같은 느낌은 전혀 받질 않는다. 사실적인 풍경은 이상적 풍경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여 자연을 이상화해 온 니콜라 푸생의 이론을 뒤집고 있는 것이다. “원근법 보다는 평면성을 따르면서 일루전도 투시법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몸과 눈으로, 당대의 풍경에서 느끼는 공감각을 그림에 기입하고자 한다. 그것은 일종의 자신의 눈과 정신을 더듬이 삼아 모든 현실풍경을 추적하고 그 세부에 까지 가 닿고 소소한 정경까지 어우르며 단순한 대상의 재현이 아닌 통감각적 드러냄이다”. [박능생 작가노트]

그림에 나타나는 하늘에서 번지점프를 하는 이가 작가 본인이 아닐까?
제일 높은 곳에서 자연의 소소함까지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갤러리비원 이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