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그리고/또는 붓.


끊임없는 차이, 생성, 그리고 그들이 엮어내는 선들의 흐름. 유동하는 세계. 그 유동을 작동시키는 하나로서의 세계 그리고 다양으로서의 만물, 세계는 붓처럼 움직인다. 하나로서, 창조의 작동인으로서 그리고 다자로서 연속적으로 끊임없는 선들을 생성시킨다.
이 붓은 기계로서의 붓, 장치로서의 붓이다. 이 기계와 장치는 만물과 항상 함께한다.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물의 근처에서 서성이거나 만물의 배후로 몸을 숨기거나 만물과 함께 변이하면서 만물과 같이 나타난다. 붓이 만물이요 만물이 붓이다. 붓은 에너지의 근원이다. 그러므로 만물을 감금하기도, 세계에서 태풍을 생성하기도, 시련을 안기기도, 기쁨과 슬픔의 눈물도 산출한다. 붓은 빠름과 느림, 구속과 해방, 기쁨과 슬픔을 연결했다가 풀어 헤치고, 모았다가 분산시킨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동물, 자연과 도시는 선들의 나타남과 사람짐 속에 인간의 지복(至福)을 탐색한다.
붓은 하나의 질문에 여러 가지 대답을 한다. 그 질문과 여러 가지 답은 공존한다. 그러므로 질문과 답은 구별되지 않는다. 붓은 구별하지 않는 유토피아이다. 붓은 만물이 서로 비추는 은하수가 된다. 수많은 별들이 서로 은은하게 밝게 비추기만 할뿐, 서로 맑을 뿐 비방하지 않는 은하수가 된다. 그 은하수와 더불어 우리도 붓이 된다. 우리붓은하수. 이 우리붓은하수는 더불어 함께 함을 사유하는 대지가 된다. 밝은 하늘의 붓-은하수가 튼튼하고 애정 깊은 대지-은하수가 된다. 이제 하늘과 대지는 하나가 되었다. 붓은 하늘과 땅을 잇게 되었다. 붓은 세계요 우주이다. 그리고 우리이다. 우리붓은하수가 낙엽이 되어 우리에게로 다가오고 있다.

진주교대 미술교육과 교수 박천호